[컬쳐]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 줄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라이프뉴스rss 퍼머링크http://www.wefnews.co.kr/vlink/87575복사기사입력 2013-10-31 16:12
조회 24581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유난히 마음이 쓸쓸해 지는 계절 가을, 가슴 속 깊숙이 숨겨져 있던 상처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 우리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 받을 수 있을까.
 
누군가 건네는 말 한마디 보다 우리네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각박한 세상에서 내가 못다한 말을 대신 표현해 주고 있는 책 한 권이 될 수도 있다. 여기, 단절된 소통 속에서 희망이 거세된 채 살아가는 쓸쓸한 현대인의 모습을 슬픔의 기억으로 채운 책 한 권이 있다. 그 현대인은 지금 바로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을 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현대인의 단절, 그것에서 비롯된 상실과 상처를 호들갑스럽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로 그려내고 있는 서진연 작가의 <붉은 나무젓가락>을 만나보자.

 
 

소통의 부재
 
서진연의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에 수록된 작품의 인물들은 불행하다.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를 잃고 삶의 의지를 버린 여자(붉은 나무젓가락), 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자(아내를 위한 비망록), 매일 술에 절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의 삶이 고통스러운 아내(글루미 선데이), 동성 애인을 두고 이성과의 원치 않는 결혼을 한 남자(퍼즐 맞추기).
 
소설 속의 주요 관계는 대부분 가족인데, 그들 사이에는 대화가 거의 없다. 혼자서 단정하거나, 상대가 듣건 듣지 않건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말을 하고 있다고 해서 소통이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진연 소설의 인물들은 외롭다.
 
소통이 부재한 이들은 그것을 갈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소설의 인물들에게는 그것이 특별하게 중요하거나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마음이 제거되어 있다는 것, 외로움과 불통(不通)에 대한 고집은 오히려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의 반증일 수 있다. 함께 나눌 때 비로소 나의 슬픔과 아픔이 온전히 제대로 보이고 그제서야 치유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쓸쓸한 이면
 
소설 속 인물들은 굳이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견디면서 흘려 보낼 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는 작품 속 그들은 오히려 행복에 대해 권태로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억의 우리 안에 얽매여 있는 이들만이 불행할 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인생을 과거의 기억에 크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제의 일처럼 또렷하기도 하고 안개 속의 사물처럼 뿌옇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친구의 말 한 마디로 인해 송두리째 잊고 있었던 과거의 암울한 시절의 기억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다거나, 서로 다른 남녀가 각자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얽히고설킨 충격적인 관계가 드러나기도 하는 등 소설에서는 기억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과 그것에 휘둘리는 사람들의 관계와 사건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얼마나 왜곡된 기억에 의해 조종당하며 살고 있는지를 묻는다. 
 
다시는 꺼내보지 않을 것처럼 자신만의 방에 불행의 기억을 단단히 매어두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불행은 내 안에서 여민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불행은 끊임없이 생성된다는 것을.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비극적인 결말에 쉽게 노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너무도 빠르게 자신의 과거를 잊어버리는 동시에 때때로 현실을 왜곡하며 합리화한다.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그렇지 못했던 것에 대해 망각은 가속도가 붙는법이니까.

우리는 서진연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을 통해 날 것 그대로 자신의 슬픔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을 온전히 슬픔으로 채우고 난 후 도래하는 비극의 종말을 꿈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나무젓가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공동 에세이 『가족은 힘이다』 『수업』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그림 동화 『옥상에 텃밭이 생겼어요』를 출간하고, 2010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하였다.
 

서진연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웅진문학임프린트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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